청춘은 덧없다고, 고교 2학년의 마지막 겨울도 빠르게 지나가 다시 봄햇살을 맞는가 싶더니 당신이 떠나갔다. 따뜻한 햇살의 아래, 벚꽃이 만개해 분홍빛으로 수줍게 물들어가던, 봄내음이 한껏이었던 그 날. 당신의 강요로 아직은 무거운 당신의 등번호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서 당신을 맞이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화사한 웃음으로 다가와 앞으로의 팀을 부탁한다며 머리를 있는 힘껏 헤집어주던 당신이 아직도 머릿 속에 생생히 남아있었다. 처음 만나게 된 날 부터, 당신은 거리낌이 없었다. 세터를 지망한다는 내 얘기에 몇 번이고 토스를 올려달라며 졸졸 쫓아다녔다. 선배들에게 혼나더라도, 내가 아무리 독설을 하고 싫다고해도.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 후의 당신과 나는 타인이 보기에 최고의 콤비처럼 보였는지..
졸업장을 받고 축하의 꽃다발을 받고 다시금 체육관에 들어서면서 아, 짧지만 좋은 추억들이 쌓였구나라며 여기서의 추억들은 평생 동안 잊지 못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같은 코트 위에 같은 무대 위에 설 날을 마음 속으로 그려내었다. 그 꿈이 이루어졌을 때 다시. W. 서 소야 복도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교내를 울리는 스피커 소리. 왁자지껄한 학생들의 떠드는 소리. 여느 때와 다름없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조금은 다른 분위기. 뭐랄까, 특정한 인물만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 떠난다 '라는 마음속의 슬픔이 느껴지는 분위기. 그래,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늘이 우리 3학년이 졸업하는 '졸업식'이기 때문이려나.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침부터 자신을 차버린 남자친구를 찾아가 '너 같은 건 내 인생에 최악이었..
아득해지는 정신과 귀를 맴도는 함성소리. 그리고 그 사이에서 뒤늦게 실감했다. 아직 코트 위에 남고싶다는 것을. 우리도, 이곳에 서 있었다는 것을. 우리도 이곳에 서 있었다. w. 서 소야 지는 싸움이 싫었다. 어렸을 때 한 번 쯤은 누구와 싸워 본적이 있을 것이다. 싸우면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라는 어른들의 말처럼, 우리는 어렸을 떄부터 여러가지 이유로 수없이 싸웠을 것이다. 친구들과의 의견 차이, 말 다툼, 따돌림, 성적 같은 것들. 아마, 이 모든 싸움에서 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운동 경기에서도 역시 같은 것이리라. 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왜 였을까. 생각해보면 우연히 TV채널을 돌리다가 보게 되었던 지역대회 때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력을 무시하듯, 날아..